곰날의 봄을 좋아하세요?

25,000원으로 제대로 즐기는 초밥코스요리, 가네끼 스시

먹은 거

초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호텔신라의 아리아케나 롯데호텔의 모모야마 같은 속에서 제대로 먹으려면 한 명당 최소 15만원 이상 낼 각오를 해야 되니까 가격부담이 크다.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는 "가네끼스시"에 가면 5성급 호텔 일식집 초밥 코스 가격의 10분의 1 수준으로도 멋들어진 초밥을 즐길 수 있어서 손님을 접대할 일이 있으면 가끔 가는데, 아직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점심엔 한 명당 25,000원짜리 A코스나 33,000원짜리 B코스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물론 우린 늘 A코스지...



일본의 유명 초밥집들처럼 여기도 이름에 비해 가게는 넓지 않다. 손님도 한 번에 열 명 정도만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좁지만 그게 참 묘하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하고, 대부분의 자리는 이렇게 직접 눈 앞에서 초밥 만드는 것도 라이브로 보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어서 단점이 아닌 장점이 돼 버린다. 아무튼 여기는 오늘 당장 초밥이 먹고 싶다고 무작정 찾아가면 100% 헛걸음을 하게 되는 곳이니 넉넉하게 1주일 전에는 미리 전화로 예약을 하는 게 좋다. (02-831-3472)


내가 먹을 초밥이 놓일 접시 위엔 절임류와 직접 간 생와사비가 있었는데, 초밥집 중에서 저런 와사비를 내놓지 않는 곳은 기본 중의 기본도 안 된 초밥집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는 안 간다. 




이미 초밥 생각만으로 파블로프의 개마냥 침을 줄줄 흘리는 마당에 입맛을 돋우기 위한 전채요리가 몇 개 나왔다. 



광어를 시작으로 오징어, 참치뱃살, 고등어, 새우 등이 줄줄이 나왔다. 다른 초밥 관련 블로그들을 볼 때마다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는데 고등어, 오징어, 성게, 광어처럼 우리도 흔하게 쓰는 말들까지 굳이 사바, 이까, 우니, 히라메 등의 일본어로 바꿔 부르는 바로 그 습성이다. 누가 맨 먼저 시작했는진 모르겠지만 참 꼴사납다. 스시, 우동, 오뎅 같은 건 원래 일본음식이니까 그렇다쳐도 생선이름까지 꼭 일본어로 써 줘야 음식에 대한 권위가 생긴다고 생각하는 걸까. 








맛도, 모양도 특이해서 좋았던 초밥인데, 차조기잎을 실처럼 가늘게 잘라서 초밥 위에 두르느라 손이 많이 갔을 거 같다. 차조기잎은 일본에선 시소(しそ)라고 부르는데, 깻잎처럼 맛과 향이 강해서 쌀국수에 넣는 고수(샹차이)처럼 호불호가 참 많이 갈리는 채소다. 분명한 건, 이걸 잘 못 먹으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일식메뉴 수는 확 줄어든다는 거...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뜻으로 바삭하고 포슬포슬한 감자 고로케가 나왔다.








 


이미 죽, 계란찜, 감자 고로케, 고등어 조림에 초밥 12점을 먹고 배가 슬슬 불러올 때였는데, 아직 좀 더 나올 게 남았었다.



배부름의 쐐기를 박은 미니우동



교꾸(ぎょく)라고 하는 카스테라 비슷한 계란요리인데, 겉은 퍽퍽해 보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속이 참 촉촉하고 곱게 간 새우살도 들어있어서 맛이 독특하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일본 요리사들이 이걸 만드는 걸 봤는데, 후라이팬 앞을 1시간 이상 지키고 있어야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생각보다 꽤 많은 정성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마무리로 시원한 매실차가 나왔다.


25,000원짜리 A코스를 정리해보니 샐러드, 죽, 계란찜, 초밥12점, 감자 고로케, 생선조림, 김말이초밥, 미니우동, 교꾸, 매실차가 나왔다. 이 정도로 나오는 초밥 코스를 아리아케 같은 곳에서 즐긴다고 하면 가격이...

이래서 다른 블로그에서도 이 곳을 말할 때 거의 빠지지 않는 단어가 "가성비"겠지. 게다가 단지 싼 것만이 장점인 곳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