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날의 봄을 좋아하세요?

혼자 떠난 일본열차여행기 2

가본 곳

얼마 전에 올렸던 게시물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뭐, 사실 열차여행이라는 게 차창 밖 풍경 감상하면서 도시락 먹고, 중간중간 역에 내려서 잠시 둘러보고 오는 게 거의 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도 나중에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이더라고요. 


오래 된 간이역, 바다, 차창 밖을 멍 때리면서... 좀 포장해서 표현하자면, 혼자서 여유롭게 이런저런 옛날 생각, 추억... 이런 것들을 천천히 돌아보는 계기가 됐기 때문에 혼자 하기엔 딱 좋은 여행방식이라고 새삼 느꼈습니다. 어쩌면 제가 열차를 특히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서 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증기기관차를 처음 타 본 이 날은 총 2개 차량, 다음날은 3개 차량의 특급관광열차를 타기로 돼 있었기 때문에 계속해서 써 보겠습니다.



 

증기기관차의 종점역인 히토요시(人吉)역에 잠시 내려서 다음 특급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를 살짝 돌아봤는데, 기념품 가게에 들어 온 관광객들을 빼면 매미소리만 크고, 사람소리는 별로 안 들리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출발시간이 다 돼서 역 바로 앞에 있는 이 도시락 가게에서 이 지방명물이라고 하는 밤도시락을 하나 사 갖고 플랫폼으로 돌아갔습니다.





 

 

 

이게 바로 제가 두 번째로 탈 특급관광열차였던 "이사부로"입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아까 말했던 그 밤도시락을 꺼냈습니다. 1100엔이라고 써 있네요. 왠지 맥주도 들이키고 싶어서 산토리 무알콜맥주도 곁들였죠.



포장을 벗기면 플라스틱 재질의 도시락통이 보이고...



속은 이런 느낌입니다.




중간에 야타케라는 역에 잠깐 정차했는데 마치, 수십 년 전으로 시간여행 한 거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역 한 쪽엔 증기기관차도 한 대 전시 돼 있었는데, 은하철도999를 완전 빼닮았죠.



열차는 다시 출발하고, 한참동안 달리다보니 어느 산 아래까지 오게 됐습니다. 여기서부터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는데, 자동차에 비하면 열차는 오르막길 등판능력이 훨씬 떨어지기 때문에, 높은 산을 오르기 위해선 갈짓 자(之)로 조금씩 전진, 후진을 반복하면서 경사를 오르게 됩니다. 이걸 "스위치백"이라고 하죠. 아래에 내려다보이는 저 철로는 이 열차가 뒤로 후진할 때 필요한 철로였습니다. 우리나라 강원도에도 저런 스위치백 구간이 있었는데 몇 년전에 완전히 사라졌다고 합니다.




 

 

몇 번 앞뒤로 왔다갔다 했던 열차가 드디어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마사키역이라는 간이역에 잠시 섰을 때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시간이 멈춘 거 같은 간이역 특유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2번째 종점인 요시마츠역입니다. 여기서 3번째 특급열차인 "하야토노 카제(隼人の風)"로 환승하기로 했죠.





바로 이 열차입니다. 




겉모습은 빨간색인 "이사부로"와 거의 똑같았지만, 내부구조는 완전 다르게 바꿨더라고요.





이끼, 레일, 플랫폼…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다 있는 장면이라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죠. 지금 제 아이패드 바탕화면으로도 쓰고 있습니다.




"하야토노 카제" 승무원 겸 가이드였던 아가씨인데, 굉장히 친절하고 발랄해서 용기를 내고 다가가서 몇 마디 얘기 끝에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습니다. 예전의 저 같으면 쑥스러워서 쉽게 못 할 일이었는데 나이를 먹고 뻔뻔해진 거 같습니다. 아무튼 찍고나서 보니 사진이 실물을 못 살려서 조금 속상했어요.




 

여긴 "카레이가와"라는 역이었는데, 고양이 관광대사로 유명한 곳이었지만 아쉽게도 이 날따라 고양이 "냥타로"가 잠시 외근중이었습니다.





 

1시간 반 정도 달리니 가고시마와 점점 가까워지면서 사쿠라지마라는 섬과 바다가 보였습니다.




종점인 가고시마추오역입니다. 그런데 정말 일본도 지역에 따라 사람들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거 같았습니다. 그게 뭐냐고 하면 딱히 꼬집어 얘기 할 순 없지만요.

 



여기서 저 개인적으로 좀 반가운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바로 이 시내버스인데...


 


약 10년 전에 별 생각 없이 샀던  Tomica 버스모형이랑 똑같은 모델이었거든요. 맨날 책상 위에 장식 돼 있는 것만 보다가 실제로 돌아다니는 걸 보니까 좀 신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