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날의 봄을 좋아하세요?

만화 보며 고양이와 뒹굴뒹굴, 신림동 방콕 만화카페

가본 곳

집 근처에 7년 넘게 단골인 만화방이 있는데, 1시간요금이 천 원이라 서울시내 최저가격일 게 분명한 이 곳을 놔두고, 굳이 값도 더 비싼 새만화카페에 가 본 이유는 

만화방과 만화카페가 어떻게 다른 지 직접 보고 싶어서였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신게 돼 있는 거 보고 역시 여긴 뭔가 다르구나... 했는데 확실히 인테리어 자체가 기존의 칙칙이 지하만화방과는 레벨을 같이 둘 것이 아니었다. 요금은 음료 포함해서 2시간에 5천원... 기존 만화방의 두 배였지만 그게 예전만큼 신경쓰이지 않는 걸 보니 나도 어느새 이만큼 성공했구나 하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과감히 3시간 요금제를 선택했다. 

그리고 빈 방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고양이들이 언뜻 보였다. 맘마미아! 여긴 만화카페 겸 고양이카페, 만화를 보면 고양이들이 덤이었던 거다. 어쩐지 슬리퍼에 하얀털들이 조금씩 묻어있더라.





일단 인터넷도 할 수 있는 PC도 준비 돼 있었지만 이제 요즘 같은 스마트폰 시대에 굳이 여기서까지 PC를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지.






이 곳의 단점이라면 다른 만화방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만화책 수는 그리 많지 않은 거, 그런데 고양이가 있잖아, 고양이가!

원효대사의 해골물 얘기처럼 뭐든 마음먹기 나름인지라 고양이가 있는 만화카페라기보다 만화책도 있는 고양이 카페라고 생각하면 만화책 수가 그리 적게 느껴지진 않을 거다.

그리고 어차피 고양이들과 통성명 하고 사진 찍고 놀다보니 정작 만화책을 볼 시간이 없어서 이 날은 3시간 동안 한 권 반 밖에 못 읽었다.



  








이미 손님이 있는 방은 커튼이 쳐져 있기 때문에 빈 방인지 아닌 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방마다 고양이가 한 마리씩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고양이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방인지 아닌지 미리 확인하고 들어가는 게 좋다.






나는 몇 번 서성이다가 저 발에 이끌려 그 방으로 들어갔다.








애들이 낯선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경계를 안 했지만, 원래 잠이 많은 동물인데다 온돌바닥도 따뜻해서 어떤 녀석이든 처음엔 구석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잠만 퍼질러 자더니 30분 정도 지나니까 다들 밖으로 어슬렁 기어나왔다.

 




얘도 처음엔 이러고 있더니 시간이 좀 지나니까 밖으로 나와서 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권태로움을 표현하는 동물은 동물원에서도 본 적이 없다.









온돌바닥+양쪽에 고양이+만화책+짜장라면...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부러울 게 없었다.





부지런히 바닥을 청소하고 다니던 녀석인데 무슨 종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이 가게엔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알바 고양이 네마리가 있다.